조명 취재 27년차 기자가 본 ‘한국 조명의 현실’:대한민국 최초, 유일의 에너지절약 정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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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00:27]

조명 취재 27년차 기자가 본 ‘한국 조명의 현실’

“한국 조명, 지금이라도 정신 단단히 차려야 기사회생 가능”

한국에너지절약신문

지난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던 ‘2016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를 취재하고 귀국을 한 12일 다음 다음날인 6월 14일,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를 참관하고 돌아온 한 조명업체 대표가 걸어온 전화였다.

그는 대뜸 “아니. 이거 이러다가 한국 조명은 다 망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중국 업체들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에서도 훨신 앞서 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한국 조명업체들이 따라 잡으려고 해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1~2년, 2~3년 안에 다 죽는 수밖에는 없어요!” 라고 울부짖었다. 문제는 그 말이 맞기는 맞다는 것이다. 한국 조명, 이제 정말 큰일이 났다. <편집자주>

지난 21년 동안 한국과 중국 조명산업 완전히 역전돼
이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면에서도 중국에게 밀려
기술과 제품 개발하고 가격경쟁력 높여야 살길 열려

기자는 지난 6월 8일 오전에 출국,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16 (제21회)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를 취재하고 12일 저녁 비행기로 귀국했다. 오후 4시 15분에 광조우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것은 오후 8시 50분, 짐을 찾아서 차에 싣고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집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매우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한 셈이다.

기자가 처음으로 해외의 조명전시회 취재에 나선 것은 1992년. 그 해 4월에 대만 타이베이 시에서 열린 ‘1992 타이베이국제조명전시회’가 기자의 첫 번째 해외 취재였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자는 매년 빠짐없이 최소한 5~6차례씩 해외에서 열리는 각급(各級) 조명전시회 취재를 다녔다. 사장으로서, 신문과 잡지의 제작을 총괄해야 하는 신문과 잡지 발행인과 편집인으로서,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취재기자를 한 명씩 별도로 취재를 내보내면서도 기자가 직접 해외 조명전시회 취재를 빠짐없이 다닌 데에는 기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기자는 중학교 1학년 때 교지편집부에 들어가 취재와 기사작성을 시작한 이래 오로지 취재하고 편집해서 신문이나 잡지를 만드는 일에만 종사해 왔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면,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공백이 생겨 딱 3개월을 한 출판사에서 근무한 것이 전부다. 이 때 깨우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똑같이 글을 쓰고 다루는 일이긴 하지만 출판사의 일은 나의 적성과는 잘 맞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그 때 이후로 기자는 오로지 신문이나 잡지사에서만 기자로 일을 했다. 그것도 편집차장이나 편집장으로서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해서 신문과 잡지를 제작, 발행하는 일만 했다. 그러다보니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의 일’ 자체가 체질화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언론사에서 “기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취재 현장을 지켜야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 받은 교육 내용 중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첫째는 기자는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술자리에서는 맨 마지막까지 취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에게는 술 마시는 것도 취재라는 뜻이다. 셋째는 뉴욕타임스 됐든, 워싱턴포스트가 됐든, 아무리 유명한 언론사의 기자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돼서 돈을 번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즉, 기자는 “돈과는 인연이 없고, 돈 보기를 돌 같이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자를 했던 사람도 돈을 많이 벌수는 있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기자라는 직업을 그만 둔 뒤에, 전직(前職) 기자가 됐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취재는 기자의 본분이요 사명이라는 생각이 뚜렷하다. 기자가 취재부 기자를 전시회 취재에 내보내면서도 별도로 해외 전시회 취재에 나서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실제로, 2명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취재하더라도 두 기자가 쓴 기사는 서로 다르다. 보는 관점, 취재원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정도, 직접 본 본 제품과 업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대체로 믿지 않는다. 만일 내가 직접 보고 취재했다면 그 기자가 쓴 것과는 또 다른 기사를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기자는 해외 조명전시회의 현장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 결과 자의반타의반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전시회를 취재한 기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해외 전시회에서 자주 만나는 외국 언론매체 기자들이 살펴보니 내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조명 전시회를 가장 많이 취재하더라는 것이 이런 별명을 붙여준 이유라고 한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5~6개의 해외 조명전시회를 취재했다고 하면 얼추 120~144개 전시회를 취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24년 동안 이렇게 꾸준히 매년 5~6개 조명 전시회 취재를 하러 해외 출장을 다니는 기자도 사실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 확 달라진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

그런 기자의 눈에도 이번에 취재를 환 ‘2016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는 달라도 한참 달라보였다. 올해 전시회의 규모는 참가업체 2399개, 참가국가 23개, 전시 홀19개, 총 전시장 면적 19만5000㎡였다

지난해 전시회는 참가업체 수가 2698개, 전시홀 21개, 전시장 면적 22만5000㎡였다. 여기에 비하면 참가업체 수는 299개, 전시홀은 2개, 전시장면적은 3만㎡가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참가업체는 11%, 전시장면적은 13%, 전시홀은 9%가 감소했다.

이런 전시회 규모의 감소는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부득이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 정도로 전시회의 규모가 축소된 것은 그나마 선방을 한 결과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의 규모가 축소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조명업체들로서는 전시회 참가업체들의 수준과 출품한 기술, 제품,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말하자면, 전시회의 외형이 아니라 질적(質的)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이것을 요약하면 첫째, 중국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갖고 나오다보니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성능과 품질의 제품들이 많이 출품됐다. 독자적인 기술의 개발이 차별화되는 제품의 상품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적, 질적인 변화를 피터 드러커를 위시한 해외의 경영학 분야 석학(碩學)들은 ‘발전’이라고 부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은 지금까지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빌리거나 훔쳐서 값이 싼 짝퉁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세계 조명시장을 장악한 단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 대신 자기 기술과 자기 제품 플러스(+)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3개의 무기를 모두 갖춘 독보적인 경쟁자로 진화하는 ‘발전’의 단계에 돌입했다.

이것은 세게의 조명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과거 가격만 싼 제품을 공급하던 때와는 달리 기술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로 변한 중국과 상대를 해야 하는 ‘고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기술로도, 제품으로도, 가격으로도, 중국과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 독자 기술로 세게 최고 수준의 제품 개발해

이런 중국의 변화하는 모습을 아주 짧은 시간에,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중국 중산시 고진에서 온 LED TEEN이라는 업체다.

이 업체는 이번 전시회에 연색성이 98Ra에 이르는 LED칩과 LED 다운라이트, 스포트라이트를 출품해서 주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연색성 98Ra의 LED 다운라이트와 스포트라이트를 세계 조명시장에 출품한 것은 기자가 아는 바로는 2015년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출품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즉, LED TEEN이 연색성이 최고 수준인 제품을 만들어서 상품화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업체가 어떻게 해서 이런 LED조명 제품들을 개발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업체가 구사한 방법은 일본의 미츠비시 사와 함께 기술합작으로 연색성이 좋은 파우더(포스포)를 개발했다.

LED패키지가 아니라 LED칩에 들어가는 형광체인 파우더 자체를 개발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 이상 나갈 곳이 없는 분야로까지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의 기술, 궁국의 제품을, 그것도 독자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런 개발 스토리는 TEEN이라는 단 하나의 중국 업체의 사례에 국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다보니 중국 업체 하나가 ‘실수로’ 그런 제품을 개발했구나”하는 식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음 편하게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수도 2번, 3번 반복이 되면 실력이 된다. 문제는 이번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조명업체들 중 상당수가 그런 식의 실수를 너도 나도 저지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그저 실수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이거 이 업체들이 진자 실력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을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LED칩, LED패키지, LED램프, LED조명기구, LED장비, LED 히트싱크, LED소재, LED조명 제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중국 업체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조명업체들로서는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진 것이고,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긴 것이며, 업체의 앞날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 기술경쟁력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돼

그렇다면 이런 중국 조명업체들의 변화가 앞으로 한국의 조명업계와 조명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앞으로 중국 조명업체들과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에서 맞부딪혔을 때 어떤 상황이 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한국 조명업체들의 경쟁력에 어떤 상황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하는 얘기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3가지로 요약할 수가 있다. 바로 기술 경쟁력, 제품 경쟁력, 가격 경쟁력이다. 왜냐 하면 이 3가지 경쟁력을 모두 갖춘 쪽이 세계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을 독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기술 경쟁력을 따져보자. 현재 국내 조명업체들의 기술 수준은 3가지 잣대에 고정이 돼 있다. 하나는 안전인증 취득 기준이다. 두 번째는 KS인증 취득 기준이다. 세 번째는 고효율기자재인증 취득 기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증 취득 기준이란 인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최저의 기술 수준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안전인증이나 KS인증, 고효율인증에서 요구하는 LED램프와 조명기구의 연색성 기준 하나만을 꼭 집어서 비교를 해보자. 국내에서 조명업체들이 연색성의 기준으로 삼는 3대 인증의 취득 기준(데드라인, 마지노선)은 연색성 80Ra 정도이다. 이것은 LED TEEN이 이번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에 출품한 LED 다운라이트와 스포트라이트의 연색성 98Ra의 81.6(82%)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직접 형광체 파우더까지 개발해서 LED칩, LED패키지, LED조명기구까지 개발하는 업체가 한국 조명업체 중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한국 조명업체들이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을 해서 ‘한국산 제품’이라고 내놓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국내 조명업계의 현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업체들은 아예 부품 수입-국내 조립의 단계조차 건너뛰고 중국에서 조명기구 완성품을 수입해 들여와서 시장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어떤 업체가 ‘100% 한국산 조명기구’를 만들어 보겠다고 달려들어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 국내 조명업계의 실제 현실이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조명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국내에서 조명 부품을 생산, 공급하던 업체들은 중국산 부품과의 가격경쟁에 밀려서 거의 전멸한 상화이라는 것이 조명기구 제조업체 경영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러니 한국산 조명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꿈도 꿀 수가 없다”는 것이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계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된데에는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의 책임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조명 부품을 들여오거나, 완성품인 조명기구를 대거 수입해 오면서 국내 조명 부품업체들이 고사(枯死)를 해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책임을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그 업체들은 최저 가격에 쓸 만한 품질의 부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기업의 논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놓고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몰아세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원래 기업이란 그런 것인 까닭이다.

◆ 제품경쟁력 강화는 쉽지 않을 듯

그렇다면 제품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이 부문 역시 앞으로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 판이다.

조명기구의 성능과 품질은 조명 부품이 좌우한다. 그러므로 성능과 품질이 뛰어난 조명기구를 만들려면 먼저 조명기구에 들어가는 부품의 성능과 품질, 수명이 더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산 부품과 차별화 되는 성능과 품질의 부품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할 여지가 지금으로서는 사라진 상태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국내에는 조명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국내 조명업체들은 중국 조명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상당히 열세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명 부품업체가 없으니 독자적으로 부품을 개발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부품을 개발할 수가 없으니 부품의 품질 향상도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조명기구의 성능과 품질 향상도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중국 조명업체들의 왕성한 제품 개발 욕구를 앞지를 만큼 강렬한 제품 개발 의지를 지닌 업체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중국산 부품을 구입해 와서 조립한 뒤 박스에 담아서 ‘마치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시장에 공급하는 일밖에는 없다. 제품경쟁력 역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 가격경쟁력은 추격이 불가능한 수준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을 비교해 보자.

중국산 조명기구가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조명시장에 유통되는 조명기구의 가격은 대폭 낮아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본력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서 더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조명기구를 시장에 공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는 와중에 내수시장에 유통되는 조명기구의 가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조명기구 가격경쟁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아무리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중국에서 수입을 해온 가격에 통관비용, 그리고 수입한 업체가 제품 가격에 얹는 마진을 모두 합한 가격 이하로는 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무리 중국산 조명기구의 가격이 싸다고 한들, 중국 현지 조명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내놓는 가격보다는 훨씬 비쌀 수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내수시장에서나 수출시장에서의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은 불가능해지고 만다. 마진을 포기하고, 통관에 드는 비용까지 포기하고 팔아봐야 중국 조명업체에게 조명기구 값으로 지불하는 가격 이하가 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수입을 하거나 OEM으로 생산을 한다고 해도 중국산 조명기구와는 가격 경쟁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ㅠ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쉽게 말해서 중국에서 수입을 한 조명기구를 가자고서는 내수시장에서나 수출시장에서나 중국 조명업체들과는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 경쟁력 강화 안해서 참담한 결과 자초해

이와 같이 중국 조명업체들이 기존의 가격경쟁력에 더해서 기술경쟁력과 제품경쟁력을 추가할 때 한국 조명업체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서 모든 부문의 경쟁력이 동시에 더 하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조명산업이나 조명업체들로서는 진퇴양난, 진퇴유곡인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으로까지 한국의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몰리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결론은 하나다. 국회, 정부, 공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조명업체, 조명단체, 관련 학게,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국내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기술경쟁력, 제품경쟁력,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진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경쟁력 강화를 독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로지 빛해방지법 하나에 매달려서, 그것도 각종 규제만 강화하는 일에만 골몰해 왔다. 이처럼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식의 입법활동은 조명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조명산업을 담당하는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도 잘한 것이 없다. 정부는 1960년대에 ‘전기안전기본법’을 처음 제정한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50년 동안을 규제 일변도로 일관해 왔다. 규제에 규제를 더하고, 규제를 개혁한다면서 실제로는 작은 규제 하나를 완화하는 대신 더 강력한 규제를 몇 개씩 추가하는 식으로 ‘규제공화국’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 각종 인허가권까지 가세해서 조명업체들은 정부의 규제 칼날 아래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끌려가야 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또한 정부기관과 산하단체, 공기업, 지자체까지 나사서 각종 인증을 만들어댄 결과 한국에서 조명사업을 하려면 제품 하나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수십 종류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인중 족쇄까지 채운 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지금까지 한 일이다. 이러니 조명산업 어떻게 발전을 하겠으며, 어떻게 경쟁력을 쌓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조명업체들이 잘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1992년에 한중 수교가 이뤄지고, 1995년에 중국 중산시와 고진의 정체가 국내에 알려진 이후로 국내 조명업체들은 중국산 부품과 완제품을 수입해 와서 시장에 공급하는 일에 매달려 왔다.

일부에서는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중국산을 수입해 왔다. 다른 업체들은 중국산과 한국산 간의 가격 차이에 착안해 좋은 마진을 얻기 위해 중국산 완제품의 수입을 택했다.

그 결과 먼저 국내 부품업체들이 공사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중국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조명기구를 수입할 수 있는 사실 알려지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수많은 업체들이 중국산 조명기구 수입에 나서는 바람에 국내 조명시장은 중국산 조명기구로 도배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조명업체들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너무 많은 업체들이 너무 많은 중국산 조명기구를 수입해 들여오다 보니 더 이상 판매를 할 곳이 없어져 버린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내에 100개의 조명업체가 있는데, 모두 중국산 조명기구를 수입해서 들여온다면 누구에게 팔 것인가 하는 것이나 또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조명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개별 조명업체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공동으로 풀기 위해서 만든 것이 바로 조명단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국내 조명단체 대부분은 단체 자체의 생존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니 인증 문제, 규제 문제, 중국산 조명 제품의 범람 문제, 불법 제품과 불량제 품의 근절 문제 같은 공적(公的)인 이슈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니 산적한 조명업계의 현안을 풀려는 주도세력도 없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뜻 있는 조명업계 관계자도 없이 누군가가 현안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면서 앉아 있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업체의 이해관계에 한 발 떨어져 있는 학계에서 이슈를 제기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학계는 학계대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심의와 과제를 따는 일로 바쁜 까닭이다.

국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국회, 정부, 지자체와 조명업계에 대고 중국 조명업체들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더 높였으니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들 귀담아 들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지금의 국내 조명업계와 그 주변의 현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정부가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줘야

그러나 조명은 그냥 그렇게 중국산 조명기구가 다 차지해도 좋을 정도로 내버려둘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잘 정비하고 육성을 하면 대만이나 중국처럼 세계 조명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이는 황금거위로 얼마든지 키울 수가 있는 산업이다.

조명산업의 본질은 기술이고, 제품의 성능과 품딜, 디자인이고, 가격이다. 한 국가가 갖춰야 하는 경쟁력의 거의 모든 부분이 포함돼 있는 것이 바로 조명산업이다.

게다가 조명업체를 하나 만드는데 조선, 해운, 자동차처럼 수조원이 드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조명사업을 하겠다는 의지와 참신한 기술과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 우수한 성능과 품질, 수명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꼼꼼함과 장인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조명업체로 성장할 수가 있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 형의 창조산업이다.

그러므로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만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허위의식, 허레의식을 걷어내고 작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조명을 미래의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의 조명업체들 그럴 수 있는 역량과 DNA를 갖고 있다. 그것을 살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조명업체들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의 기업들이 신바람이 나서 내수시장에서든, 수출시장에서든 신나게 알하고 돈을 벌어들이게 만드는 ‘환경’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김중배 大記者

한국의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은 지금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 서있다. 사진은 ‘2016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에 마련된 ‘한국관’의 전경이다. (사진=김중배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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