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30일 막을 내린 ‘2014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의 모습.(홍콩=취재부 김해경부장)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매년 10월 하순에 홍콩에서 개최되는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는 1년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국제 규모의 조명전시회다. 한해의 세계조명시장을 마감하는 한편,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도 세계 조명시장의 판도 변화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의 가치는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를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명전시회인‘프랑크푸르트국제조명전시회(Light+Building), '세계의 조명공장’인 중국 현지에서 열리는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조명전시회로 성장하도록 만든 원동력이다.

올해 ‘2014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동안 홍콩섬 완차이에 자리잡고 있는 ‘홍콩컨벤션 & 익스비젼센터(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에서 열렸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이 주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는 리투아니아, 멕시코, 포르투갈을 포함해 37개 국가에서 약 2,500여 업체가 참가해 최신의 조명 기술과 제품, 솔루션들을 선보였다.

국가별로는 중국 업체가 1,436개로 전체 참가업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주최 국인 홍콩에서는 688개 업체가, 대만에서는 157개 업체가 참가 했다. 한국에서는 명품관인 오로라홀에 5개 업체, 한국 무역관(KOTRA)이 마련한 ‘한국관’에 16개 업체, 그리고 개별적으로 참가한 4개 업체 등 모두 25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편 홍콩무역발전국(HKTDC)에서는 전시회 참가업체에게 최고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 4,000개 업체로부터 거의 5,900여 명의 바이어들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는 러시아, 인디아,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신흥시장의 유력한 배급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올해 ‘홍콩추계조명전시회’ 기간 중에는 제품의 전시뿐만 아니라 국제 규모의 조명디자인공모전 시상식,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와 제품발표회 등이 연일 계속돼 세계의 조명업체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전시회의 구성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는 다른 조명전시회와는 다르게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장 2층에 자리잡고 있는 오로라홀(Aurora Hall)이 바로 그곳이다.

이 오로라홀에는 전시회를 주최하는 홍콩무역발전국이 참가업체 중에서 특별히 엄선한 업체들만 부스를 마련할 수가 있다.

올해에는 오로라홀에는 CREE, MEGAMAN, Neo-Neon, NICHIA, Panasonic, Philips, BJB, Ford 등 490여 개의 업체들이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오로라홀에 참가한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과 최신 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창구로 ‘홍콩추계조명전시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오로라홀에는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과 품질이 많이 눈에 띄였다. 또한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명 소매상 등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오로라홀에 부스를 마련한 한국 조명업체는 서울반도체, 동명전기, 필룩스, RF Semi, Sillicon Works 등이었다.

한편 테마별로 구성된 전시홀에도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LED & Green Lighting Zone에는 LED조명 및 에너지절약형 조명 제품업체 852개사가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또한 상업조명 Zone에는 상점 및 인테리어조명 제품 제조업체 420개 업체가 참가했다.

전시회의 트렌드

현재 세계 조명산업의 중심축은 LED조명이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청색 LED조명을 발명한 3명의 일본인 과학자들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LED조명은 19세기의 백열전구, 20세기의 형광램프의 뒤를 이어 21세기를 밝히는 램프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에 출품된 제품들이 대부분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변화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천연소재, 친환경소재, 감성적인 소재’의 확산이다. 그동안 LED조명은 ‘LED+유리+스틸+모던한 디자인’이란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 왔다. 이런 경향은 LED에 첨단 조명의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던한 디자인 속에서도 따뜻한 휴매니티를 추구하는 자연주의적 디자인 경향이 지속돼 온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LED를 천연소재 내지 자연소재와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전시회에서는 특히 이런 자연주의적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클래식한 조명의 대명사인 크리스탈과 LED를 결합시킨 조명, 모던한 느낌의 알루미늄이나 스틸 대신 자연 그 자체를 느끼게 해주는 나무 소재(Wood)를 채택한 LED조명기구, LED와 친환경소재인 섬유(패브릭)을 매치시킨 LED스탠드나 펜단트 등이 지난해 전시회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이것은 LED가 차갑고 현대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체온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그만큼 더 깊숙하게 들어오고 잇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기술과 제품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올해 전시회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LED를 포함한 조명의 신기술 개발 속도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에를 들어 요즘 주목을 받는 사물인터넷과 조명의 결합만 해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조명을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상품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조명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업체들은 서로 “이것이야 말로 첨단 스마트조명이다”라고 말을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기술과 크게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흐름은 비단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조명전시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즉, 이제는 LED조명 기술도 서서히 성장의 정체기에 접어드는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올해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는 세계 조명업계와 조명업체들에게 ‘파괴적인 혁신’을 요구했다고 하겠다.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김해경 부장 news@energysaving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