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복수(複數)의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명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제품 하나를 새로 만들면 여러 개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약하면, 제품 하나하나에 대해 여러 종류의 인증을 일일이 받아야 하고, 인증을 받은 뒤에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인력, 시간,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조명 사업을 하려면 인증과 검사를 받는데 번 돈을 다 쓰고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을 통합을 하든,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시험의 종목을 통합하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충분히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국내 법률에 따라서 전기제품이나 공산품을 생산해 시중에 공급하기 위해서 국가가 정한 법률에 따라 ‘안전인증’과 같은 법정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최소한이나마 지켜줄 수가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제품 하나에 대해서 안전인증도 받고, KS인증도 받고, 전자파인증도 받고, 고효율인증도 받고, 여기에 더해서 친환경인증, 신제품인증, 신기술인증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한 인증과 공기업, 공공기관이 정해 놓은 각종 인증이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이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지와 같이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심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데 직접 이 일을 겪어야 하는 조명업체나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심정은 더욱 답답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문제는 이런 ‘인증 중복 규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동안 진행된 과정을 보아도 문제가 불거지고 업체들의 반발이 클 때는 시험항목을 줄인다든가, 시험을 받는데 드는 비용을 약간 줄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정부나 인증기관, 시험기관이 대응해 왔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말하자면 획기적이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놀라운 점은 이 문제가 조명업계에서 이슈로 대두된 지 이미 햇수로 30년은 족히 넘었다는 것이다. 3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3번이나 지나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30년 전이나, 30년 후나, 내용마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이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인증기관은 인증기관들대로, 시험기관은 시험기관들대로, 조명업체들은 조명업체들대로, 저마다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를 내세우기 일쑤이다. 어느 쪽도 여러 개의 인증을 하나로 통폐합하자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인증이라면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서로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증 중복 규제’라는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국내 조명산업, 특히 조명 제품 제조 산업이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지가 않아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국내 조명업체들을 ‘인증 중복 규제’로부터 풀어주는 것이야 말로 국내 조명 제조 산업을 살리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와 인증기관, 시험기관, 조명업계가 다시금 머리를 맞대고 가장 적합한 대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충심으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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