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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실패이유를 해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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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없는 자신감과 주먹구구식 정책이 중국의 추월을 허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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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절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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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애초에 설정했던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잘못된 상황판단과 해법, 디테일의 부족 때문이다. 이런 실수는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진은 ‘2017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의 현장 모습이다. (사진제공=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 |
2006년 8월 30일 대한민국 정부의 조명산업 담당부처인 산업자원부(당시 장관 : 정세균)는 ‘조명산업 발전전략’과 그 실천방안인 ‘LED조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것은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이래 최초로 내놓은 정부 차원의 조명산업 육성정책이었다.
당시 산업자원부가 제시한 ‘조명산업 발전정책’의 목표(정책목표)는 3가지이다. ①이미 중국에게 추월을 당한 전통조명 대신 한국이 앞서가는 반도체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LED조명을 육성해 중국을 앞질러 간다. ②그 방안으로서 LED조명을 정부가 앞장서서 육성한다. ③LED조명을 육성해서 10년 안에 우리나라를 세계 7대 조명 강국(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조명산업 발전전략’이 발표된 이후 국내 조명산업의 지형은 크게 변했다. 조명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LED조명 쪽에 집중됐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보급을 지원하는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품목에서 전통조명 관련 품목이 하나 둘 빠지고, LED조명 관련 제품들이 속속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품목으로 들어갔다.
공공조달시장인 나라장터를 통한 정부의 LED조명 제품 구매도 매년 규모를 키워갔다. 처음에는 1000억원 미만이던 LED조명 제품 구매액은 1000억원 규모로 늘어나더니 금세 2000억원, 3000억원, 하는 식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해서 2016년까지 나라장터를 통해서 정부가 사들인 LED조명 제품 구입액은 최소한 2조원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양계장의 LED조명 설치사업을 비롯해서 각종 산업 분야에 LED조명 제품을 보급하는데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LED조명 기술 및 제품 개발 명목으로 지원한 연구용역비도 막대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LED조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 투입을 놓고 정부, 조명업계, 대학 사이에서도 “정부가 한 산업이 이렇게 많은 예산을 이렇게 오랫동안 투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는 굳이 말을 할 필요조차 없다. 그 결과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LED조명기구를 구입해 공공 부문에 보급했지만, 국내 조명산업은 생산기반이 망가지고, 시중에는 중국산 LED조명 제품만 늘어났다"는 것이 된다. 반면에 애초에 정부가 내세웠던 정책목표는 하나도 달성된 것이 없는 상태다.
순수하게 정책목표 달성 여부만을 놓고 본다면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LED조명으로 중국을 추월하겠다”는 계획은 거꾸로 한국의 조명이 중국에게 추월당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세우고,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추진한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가?” 하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 본지에서는 이 문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바라보고 분석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외부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포커스를 맞춘 피상적인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거의 다루지 못했다.
이렇게 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조명산업 발전전략’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조용히, 장기간에 걸쳐서, 끝까지 지켜보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란 영원불변의 것이 아니다. 집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등장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대안을 강구해서 수정, 보완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불완전하고 보잘 것 없었던 정책도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통해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정책으로 바뀔 수가 있다. 그것이 법률과 다른 행정의 묘미인 동시에, 행정을 제대로 펼치는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이 시행된 지 1년이 된 시점이다. 당시 산업자원부가 “세계 7대 LED조명 강국(强國)”이 되겠다고 제시했던 2015년에서도 2년이나 지났다. 그러니 ‘조명산업 발전전략’에 대해 중간결산을 하더라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정책을 실패로 이끈 ‘막연한 자신감’
일개 기업의 경영전략도 그렇지만, 모든 계획의 출발점은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어느 쪽인가? 언제까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모두 혀재의 상황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이런 현실인식이 정확하게 됐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당시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조명산업의 현실 분석은 타당성이 있는 것이긴 했다. 그것은 “전통조명에서 한국이 중국에게 추월당했다”는 시각이다. 이런 현실 분석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가?”를 생각하는 원인분석과, “그렇다면 그 원인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하는 목표설정도 정확한 것이었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당시 한국의 조명이 중국에게 추월당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국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 있었다.
먼저 가격경쟁력이 취약했다. 당시 한국의 조명산업과 중국의 조명산업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강점은 중국보다 먼저 산업화가 됐다는 점, 중국보다 산업의 수준이 높다는 점, 중국보다 기술과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의 강점은 임금과 임대료 등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제품의 가격이 낮다는 점, 자체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보다 산업화가 먼저 산업화가 됐다는 점이나, 중국보다 산업의 수준이 높다는 점, 기술과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점은 조명산업 분야에서는 그다지 큰 비교우위 요인이 되지 못했다. 이런 요인은 금세 따라올 수가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즉, 조명기구는 제조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고, 성능이나 디자인을 따라잡기가 쉬운 반면에 제품의 가격은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중국이 한국을 금세 추월한 근본원인은 바로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산업지원부에서는 전통조명에서 중국에게 추월을 당했으니 새로운 조명 아이템인 LED조명으로 중국을 앞서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의 원인은 ‘취약해진 가격경쟁력’이었는데, 그 극복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다른 아이템으로 갈아타자’는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전통조명에서 LED조명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가격경쟁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나중에 드러난 것과 같이 조명 분야에서는 전통조명과 LED조명 사이에 외견상 큰 차이가 없다는 점, 한국이 LED조명을 시작하면 중국도 금세 LED조명으로 아이템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반도체산업은 한국이 최고’라는 착각
2006년에 산업자원부는 ‘조명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LED조명을 육성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은“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반도체 국가이다. LED조명은 반도체 조명이다. 그러니까 반도체조명인 LED조명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런 산업자원부의 설명에 대해서 조명업계나 일반 국민들이 보인 반응은 “그 말이 맞다”는 쪽이었다. 즉,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이다=LED조명은 반도체조명이다=반도체조명인 LED조명은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산업자원부의 논리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첫째,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반도체 소자에 국한된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반도체를 부품으로 사용한 완제품이었다. 부품을 잘 만든다고 해서 완성품도 잘 만든다는 얘기는 성립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했다.
둘째, LED조명을 생산하는 공정은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공정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가 곧 LED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소자를 그대로 LED조명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소자의 용도와 LED조명의 용도는 엄연히 다르다. 즉, 반도체=LED조명이란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셋째,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과 LED조명 기술은 서로 다르다.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기술은 삼성이나 LG가 앞서 가겠지만, LED조명에 관한 원천기술은 대부분 일본의 니치아, 독일의 오스람, 미국의 GE가 갖고 있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LED조명에 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나중에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LED산업에 뛰어든 다음에 비로소 밝혀졌다. 결국 우리나라 정부는 LED조명에 대한 원천기술 하나 없는 상태에서 LED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 지나지 않았다.
이것은 ‘조명산업 발전전략’을 실패로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 중에 하나가 됐다.
◆‘제품 구매’가 곧 산업 육성이란 오해
현재 중국은 LED소자 생산능력이 한국을 앞지른다. 중꾸의 LED조명 업체들 가운데는 직접 LED칩을 생산하는 MOCVD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최소한 중국에서 생산된 LED칩을 공급받고 있다. LED조명의 근간이 되는 생산의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중국과 비교하면 LED조명의 생산 기반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ED칩이나 모듈도 값이 싼 것은 중국산이, 품질이 좋은 것은 미국의 크리 같은 곳의 제품이 사용된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칩이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그 비중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한국에는 LED조명의 토대를 이루는 기본 생태계가 조성이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애초에 정부가 LED조명을 뒷받침할 산업의 토대를 조성하는데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정부는 LED조명 완성품, 즉 LED조명기구를 구입해 주면 자연히 LED조명 산업이 육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민간이 비싸서 구입하지 못하는 LED조명기구를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구입해주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LED조명기구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산 제품이라는 사실이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보여준다.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한데, 그것은 정부가 아무리 많은 LED조명기구를 구입해준다고 해도 LED조명의 토대가 되는 산업 기반은 저절로 형성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LED조명을 올바르게 육성하려고 했다면, 먼저 LED생산장비 생산ㅡLED칩 및 패키지 생산-LED모듈 생산-LED부품 생산-조명기구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올바로 설계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여기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의 LED조명은 장비와 부품의 생산 기반은 없이 완성품인 LED조명기구만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칩, 패키지, 모듈, 부품을 외국산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LED조명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가 없다. 그것이 전통조명뿐만 아니라 LED조명에서도 한국이 중국에게 추월을 당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한 논리로 무장한 정책이었으나, 그 정책적 토대가 되는 현실인식과 문제해결의 방향이라는 면에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애초에 불완전한 정책,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얘기다. 그것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잘못된 현실인식은 잘못된 문제해결 방법을 만들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리고 잘못된 문제해결 방법은 정책의 실패와 예산의 낭비, 관련 산업의 붕괴를 가져온다.
우리는 이런 이치를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의 수립괴 실행, 그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배울 수가 있었다. 그것이 ‘2006 조명산업 발전전략’이라는 정책이 대한민국 정부와 조명업계, 조명업체, 국민들에게 남긴 가장 의미 있는 결과이자 교훈이 될 것이다.
/김중배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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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7/06/08 [17:07] 최종편집: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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