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명업체들, 경쟁력 이렇게 키우자 ③ 회사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자:대한민국 최초, 유일의 에너지절약 정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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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00:27]

한국 조명업체들, 경쟁력 이렇게 키우자 ③ 회사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자

“이탈리아식이냐? 독일식이냐? 그것이 문제다”

한국에너지절약신문

▲ ‘2016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는 스마트조명과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융복합 조명기구가 각축하는 자리였다. 사진은 ‘2016 홍콩추계국제조명전시회'에 몰린 참관객들의 모습이다. (사진=김중배 大記者) © 한국에너지절약신문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이 종업원 10명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 봐도 잘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새해에는 세계 최첨단 기술을 조명에 선제적으로 적용한 융복합형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편집자주>

세계의 조명업계를 지배하는 ‘비즈니스 방식’은 4가지
독일식, 이탈리아식, 일본식, 중국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기술, 품질, 디자인, 가격 중 하나라도 장점을 확보하길

유럽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독일 업체들은 좋은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잘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업체들처럼 싼 재료로 멋진 제품을 만들어서 비싸게 팔 줄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농담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하나의 비즈니스 원칙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독일 업체들과 이탈리아 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독일 업체들은 제품을 만들 때 좋은 재료를 구입해서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제품을 이탈리아 업체들이 만든 제품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반면에 이탈리아 업체들은 가격이 싼 재료를 구입한다. 그러나 싼 재료를 이용해서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비싼 값으로 판매한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재료는 싸게 구입하고, 제품은 비싼 값에 판매하는 이탈리아 럭셔리(명품) 업체들의 사업방식이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듯하다. 그러므로 이 농담을 요약하면 이런 말이 된다. “독일 업체와 이탈리아 업체들의 사업방식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업체들이 독일 업체들을 놀리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이 거의 분명해 보이는 이 농담에는 그러나 하나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것은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이탈리아 업체들의 방식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독일 업체들의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사업의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똑같은 사업을 해도 사업의 방식이 다르다면 사업의 결과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결국 사업은 어떤 사업방식(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경영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업을 하려면 비즈니스 방식부터 올바르게 선택을 하라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조명 업체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을 만한 가르침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독일 업체들의 사업방식과 이탈리아 업체들의 사업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 방식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이 기사의 끝 부분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조명업체들의 4가지 사업 방식

때로는 웃자고 시작한 농담이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웃자고 시작한 농담 속에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과 지혜를 터득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탈리아 업체들이 독일 업체들을 놀리기 위해서 만들었을 농담은 농담 속에 진리와 지혜를 숨겨 놓았다는 점에서 후자(後者)의 사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국내 조명업체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독일 업체와 이탈리아 업체들처럼 세계 조명업계에도 나름대로 사업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방식들이 세계의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세계의 조명산업을 움직이는 사업방식(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4가지이다. ①독일 방식 ②이탈리아 방식 ③중국 방식 ④일본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4가지 사업 방식은 업종을 불문하고 국가 단위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서로 뒤섞이는 법도 없다. 말하자면 각 나라의 고유 비즈니스 모델인 동시에 국가적인 정체성을 지닌 사업 전략이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 4가지 사업 방식이 지금까지 훌륭하게 작동이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계의 조명산업이나 조명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도 이 4개 국가라는 사실이다.

◆좋은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독일 방식

요즘 독일의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이 위기에 처해 있다. 디젤엔진 자동차가 내뿜는 공해물질의 함량을 속여서 제품의 인증을 받아 판매하다 걸렸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만해도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인증을 취득한 일부 제품에 대해 인증을 취소한 상태다.

그렇지만 이것은 극히 예외의 경우에 불과하다. 아직도 대부분의 독일 업체들은 말 그대로 ‘독일 방식’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 즉, 좋은 재료에 좋은 기술을 이용해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제품’이란 바로 품질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독일을 가리켜서 ‘기술의 독일’이라거나 ‘품질의 독일’이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독일 업체가 만든 제품이 재료도 좋고, 기술도 좋고, 제품의 품질도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독일 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좋은 재료+좋은 기술+좋은 품질이라는 공식에 철저하다는 것이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그것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탈리아 업체들이 독일 업체들을 놀리느라고 한 말 속에 그 비결이 숨어 있다. 즉, “독일 제품은 품질은 좋지만 이탈리아 제품보다는 싸게 판다”는 것이다.

이런 가격 요소까지 감안하면 독일 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좋은 재료+좋은 기술+좋은 제품+좋은 가격이라는 공식으로 완성이 된다.

이것이 독일의 업체들이 유럽의 경제가 모두 침체한 상황에서도 변함 없이 호황을 누리는 비결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조명업체들이 세계의 조명시장에서 변함없이 선진 국가, 선진 업체라는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다.

◆싼 재료로 디자인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이탈리아 방식

이탈리아는 모든 면에서 독일과 대비가 되는 나라이다. 이탈리아 업체들이 만든 제품만 보아도 그렇다.

우선 독일의 업체들이 가격이 높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반면에 이탈리아 업체들은 독일 업체들처럼 좋은 재료,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품을 만드는 기술도 장인정신에 투철한 독일 업체와 독일 기술자들의 수준에는 아무래도 못 미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완성품도 마찬가지다. 독일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탈리아 업체들이 만든 제품은 시장에서 독일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 날개가 돋친 것처럼 팔리는 경우가 많다. 그 비결은 단 하나, 제품의 디자인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가구이다. 이탈리아는 가구산업이 매우 유명하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가구란 제품은 흔하디 흔한 재료인 나무로 만든 것이다. 나무는 어느 나라에서나 다 생산되는 제료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도 나라마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재료가 흔하고 평범하고 가격도 싸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가구’하면 일단 “이탈리아 가구가 제일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가구의 디자인이 다른 나라에서 만든 가구보다 탁월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당연히 이탈리아산(産) 가구의 가격도 세계 제일 수준이다.

“이탈리아 업체들은 싼 재료로 멋진 제품을 만들어서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을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가구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이탈리아 업체들의 사업 비결은 딱 하나, ‘디자인’이다. 싼 재료로 만든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후회를 하지 않도록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탈리아 업체들의 사업 방식이자, 사업 비결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은 조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들이 만든 조명기구는 소재나 제조기술, 품질 면에서는 독일 제품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하지만 디자인만큼은 기가 막히게 좋다. 그러니 이탈리아 업체가 만든 오리지널 조명기구는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된다. 우리가 이탈리아의 조명기구를 보고 ‘디자인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중국 방식

현재 세계 조명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이 세계 조명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5년 5월에 광동성 광조우시에서 ‘제1회 중국국제조명전시회’를 개최하면서부터이다. 이 ‘중국국제조명전시회’가 지금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조명 전시회로 발돋움한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의 출발점이 됐다.

이때부터 중국은 ‘조명의 도시’를 표방한 광동성과 중산시, 중산시 안의 조명업체 밀집단지인 구젠(古鎭)을 중심으로 해외 바이어들을 끌어들이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중국 조명업체들이 해외 바이어들을 끌어 모은 방법은 2가지이다. 중국 조명업체들은 우선 세계 조명시장에서 조명기구 디자인을 선도하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에 가서 ‘판매가 잘 될 만한 디자인’의 조명기구들의 사진과 카탈로그를 입수해 왔다. 그리고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해외 바이어들에게 싼 값에 공급했다.

이런 식의 카피 제품 생산+저가 수출 전략은 디자인이 좋고 가격은 싼 제품을 찾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해외의 바이어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수출 물량의 증가와 더불어 중국 조명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게 됐다.

그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삼아서 중국 조명업체들은 생산설비와 시험장비를 갖춘 뒤 점차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제1회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가 열린 1995년으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중국 조명업체들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과 제품 개발 능력,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갖추고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중국 조명업체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중국식 사업방식이 어떤 것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자본도, 기술도, 디자인 능력도 없는 초기에는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이탈리아 조명기구의 디자인을 모방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팔면서 해외 바이어들을 끌어모은다. 이 시기는 오로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그런 뒤에 자금이 축적이 되면 생산설비와 시험장비에 투자해서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적당한 품질에 적당한 가격을 갖춘 소위 적당품(適當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마지막 단계는 독자 기술, 독자 제품, 독자 디자인으로 세계 조명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나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는 시기다. 지금이 이 시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가 있다. 그 다음의 목표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같은 국가나 업체들을 앞지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제품, 디자인으로 세계 조명시장의 최고 자리에 우뚝 올라서는 조명굴기(照明屈起)의 단계이다.

여기서 주목을 해야 할 부분은 초기단계에서 마지막 조명굴기의 단계에 이르기가지 어떤 단계에서도 중국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무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저가 시장에서 중가 시장으로, 중가 시장에서 다시 고가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중국산 조명기구의 수출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가 시장에 나온 다른 나라의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고수할 것이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의 브랜드 파워를 커버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의 사업 방식은 경쟁 국가나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핵심 축으로 삼아서 시장을 단계적으로 석권해 나간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브랜드와 마케팅을 앞세우는 일본 방식

LED조명이 등장한 이후의 일본 조명산업계는 LED조명이 등장하기 이전의 조명산업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LED조명이 도입된 이후의 일본 조명업계와 조명시장은 많은 중소 조명업체들이 등장해서 백가쟁명식으로 경쟁하는 곳으로 변했다. 누구나 손쉽게 부품들을 외부에서 조달해 조립을 해서 완성품인 LED조명기구를 시장에 직접 내다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LED조명이 등장하기 전의 일본 조명업계는 소위 브랜드 메이커들이 시장을 꽉 쥐고 흔드는 곳이었다. 내쇼날(지금의 파나소닉), 도시바, 고이즈미, 야마기와 등 7~8개의 브랜드 메이커가 중소 협력업체들로부터 조명기구를 공급받아 자기 회사 브랜드로 시장에서 직접 판매했다.

중소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독자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브랜드 메이커의 협력업체가 돼서 브랜드 메이커에게 조명기구를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판매의 길이었다.

LED조명이 등장하면서 이런 브랜드 메이커들의 파워는 상당이 약해졌다. 중소 조명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조명기구들을 독자적으로 개척한 판로를 통해서 시장에 공급하는 식으로 조명시장의 시스템이 변화한 까닭이다.

그렇지만 과거 위세를 떨쳤던 브랜드 메이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주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7~8개의 브랜드 메이커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브랜드 메이커들의 사업 방식도 시대변화에 따라 모습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작동이 되고 있다.

다만 일본 브랜드 메이커들의 사업 영역이 과거 일본 안에서 머물던 때와는 달리 대만, 중국, 베트남 하는 식으로 해외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요즘 일본의 유력한 조명업체들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 뒤 대만이나 중국의 협력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해 일본 시장에 판매를 하거나 수출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에서 새로 나온 신제품 중 기술 수준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 심도 있게 질문을 하면 어김없이 기술고문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대답을 한다. 그런데 이 기술고문이라는 사람의 대부분은 일본인이다.

두 업체 간의 관계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일본 업체가 기술을 갖고 와서 중국 업체에서 생산을 한다. 일본 기업은 중국 업체에게 투자를 했고, 기술적인 문제는 일본 업체가 담당한다”는 대답을 한다. 말하자면 일본 조명업체들은 기술을 개발한 뒤에 자기네 회사가 투자한 중국이나 대만의 업체에게 생산을 맡긴다는 얘기다. 기술과 마케팅은 일본 업체들의 몫이다.

이 방식은 기술 개발, 제품 생산, 마케팅 등 비즈니스의 3대 요소 중 생산만을 대만 또는 중국 업체에게 맡기고 나머지 비즈니스의 핵심은 일본 업체들이 갖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이 택한 이런 사업 방식에는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 파워다.

브랜드 파워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업체의 제품은 소비자들이 구매한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이더라도 브랜드 파워가 없는 업체의 제품은 소비자들이 구입을 하지 않는다. 브랜드 파워 안에는 해당 업체에 대한 사랑, 신뢰, 무조건적인지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조명업체들은 대만이나 중국 업체들에게 마음 놓고 제품의 생산을 맡길 수가 있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일본 업체가 의뢰하는대로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을 하는 손과 발 같은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제품 생산을 맡은 업체들이 일본 조명업체가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거래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투자한 지분을 정리하고 다른 업체를 찾아서 떠나면 그만이다. 생산업체가 A사에서 B사로 바뀔 뿐 일본 조명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일본 조명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앞세우고, 기술을 장악한 뒤 생산만 제조원가가 저렴한 중국 업체나 대만 업체의 손을 빌려서 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 사업 방식의 핵심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뛰어난 마케팅 능력+독자적인 기술의 조합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업 방식은?

앞에서 살펴본 4개 국가의 사업 방식은 저마다 키포인트가 있다. 이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독일-우수한 품질, 이탈리아-뛰어난 디자인, 중국-저렴한 가격, 일본-강력한 브랜드가 된다. 쉽게 말해서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 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 조명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어떤 것일까?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의 조명업체들은 앞에서 말한 4개 국가의 사업 방식 가운데 어떤 곳에도 속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업체들이 저마다 각자도생 하는 식으로 사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뿐, “이것이 한국 조명업체들의 사업 방식이다”라고 할 만큼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해서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닌 까닭이다.

이런 한국식 사업 방식 또는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는 한국 조명산업과 조명업체들이 해외 조명시장에 나가서 효과적으로 경쟁해 이기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의 조명 업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4개의 사업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방식을 찾아내서 경쟁의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경쟁의 방법과 기준, 잣대가 바뀌면 자연히 경쟁의 주도권을 한국 조명업체들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첨단 기술의 융복합화’와 ‘스피드’이다.

즉, 세계 최신의 첨단 기술을 응용한 조명기구를 다른 경쟁국가의 업체들보다 빨리 상품화해서 가장 먼저 세계 조명시장에 내놓자는 말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조명, 사물인터넷(IoT), 음성인식 기술, 인공지능(AI) 같은 기술들이 첨단 기술 융복합 조명기구에 응용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조명과 IoT 기술의 적용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조명업체들은 그 다음 단계인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빨리 조명기구에 적용시켜 세계 조명시장에 내놓는다면 다른 나라의 업체들보다 한발 빨리 시장을 리드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국내에는 이런 기술들을 이미 개발 중인 업체들이 있다. 음성인식 기술만 해도 보임기술이라는 곳에서 개발해 조명기구에 적용한 상품이 나와 있다. 이런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과 손잡고 융복합화 조명기구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다면 한국 조명업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세계 조명시장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스마트조명+IoT기술 융복합형 조명기구의 개발 바람은 이렇다 할 경쟁 무기가 없었던 한국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에게는 위기라기보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살려서 한국을 첨단 기술 융복합화 조명기구의 선도 국가로 재빨리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김중배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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